길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길은 시작되고

여행정보

[걷기 코스] 제천 작은 동산길

오지하이에나 2012. 7. 20. 08:47

 

사람이 자주 오가면 오솔길이 생기는 법. 하지만 이제는 만들어진 길도 흔하게 볼 수 있게 됐다. 걷기 열풍에 편승해 전국 각지에 많은 걷기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제천시가 청풍호반 주변에 조성한 ‘자드락길’은 청풍호반을 둘러싼 나지막한 산을 오르내리며 이어진다. 총 연장 58km의 걷기길로 아름다운 호수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드락이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을 이르는 우리말로 이런 편안한 곳을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도록 길을 이은 것이다. 자드락길은 인위적으로 조성한 길이지만 최소한의 개발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살린 것이 눈에 띈다. 자드락길 조성에 들어간 총사업비는 12억4,000만 원. 수백억 원이 투입된 화려한 걷기길에 비하면 초라한 규모다. 하지만 이곳은 청풍호반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 작은동산길 초입의 호숫가 산책길. 청풍호 건너로 솟구친 비봉산이 인상적이다.
제천 자드락길은 청풍호반과 어우러진 산촌을 둘러보는 길로 1코스 작은동산길 19.7km(청풍 만남의광장〜능강교), 2코스 정방사길 1.6km(능강교〜정방사), 3코스 얼음골 생태길 5.4km(능강교〜얼음골), 4코스 녹색마을길 7.3km(능강 야생화단지〜상천 민속마을), 5코스 옥순봉길 5.2km(상천민속마을〜옥순대교), 6코스 괴곡 성벽길 9.9km(옥순대교〜지곡리), 7코스 약초길 8.9km(지곡리〜말목장) 총 7개의 구간으로 나뉜다.

그중 제 1코스인 작은동산길이 만남의 광장에서 능강교로 이어지는 가장 긴 코스다. 이 길은 작은동산(546m) 자락을 한 바퀴 돌아가도록 길이 연결된다. 호숫가에서 출발해 산자락의 짙은 숲과 봉우리 꼭대기를 거쳐 포장도로를 통해 종점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작은동산길의 출발지점은 청풍랜드 입구의 넓은 주차장이 있는 만남의 광장이다. 이곳에서 조각공원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타고 걷기를 시작한다. 완만한 능선 위에 설치된 예술품을 감상하며 가다 보면 조각공원이 끝나는 곳에서 오른쪽 아래로 길이 꺾인다. 제법 급한 내리막 계단을 따라 호숫가로 내려가면 나무들이 우거진 완만한 오솔길이 기다리고 있다. 청풍호반이 보이는 산자락을 따라 목책이 설치되어 있고 그 옆으로 호젓한 걷기길이 나 있다. 작은동산길 중 호수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구간이다. 산길은 큰 곡선을 그리며 레이크호텔로 이어진다.

▲ 청풍랜드로 이어진 길가에 철쭉이 만발했다.
호텔에서 차도로 빠져나와 다리를 건너면 교리마을로 들어간다. 마을 입구에 자드락길 안내판이 있어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다. 교리마을 입구의 이정표에는 ‘작은동산 3.03km’로 표기되어 있다. 구불구불한 마을길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 벌꿀농장(043-651-0111) 앞을 지나면 산길이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길 트레킹이 시작된다.

하늘을 가리는 짙은 숲 사이로 호젓한 산길이 뚫려 있다. 약간 오르막인 길은 널찍하고 편안해 걷기 좋다. 옆으로는 물이 흐르고 있다. 예전에 교리 주민들이 학현으로 넘나들 때 걷던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는 길이다. 시원한 나무 그늘을 즐기며 1시간쯤 걸으면 모래고개에 닿는다.

모래고개에 오르면 세상을 내려 누르는 듯 위압적인 치마바위가 눈길을 끈다. 동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의 앞을 막고 서 있는 바위다. 작은동산길은 이곳에서 남쪽의 비탈길을 따라 이어진다. 20분 정도 산길을 오르면 작은동산 정상에 올라선다.

산꼭대기에 올라 조망하는 주변 풍광이 압권이다. 남동쪽에 성벽처럼 솟은 금수산 능선과 청풍호반이 어우러진 수려한 풍광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 작은동산에서 곧바로 서쪽 능선을 타고 레이크호텔 부근으로 내려설 수도 있다. 예전에 금수산산악마라톤 코스로 개척한 곳인데, 이곳을 통해 하산하면 반나절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다.

▲ (위) 작은동산 능선에 서면 산줄기에 둘러싸인 청풍호반이 아스라이 조망된다. / 청풍랜드에서 레이크호텔로 이어진 호숫가의 작은동산길.
자드락길을 계속 이어가려면 작은동산에서 다시 모래고개로 내려온다. 이후 숲 사이로 이어진 길을 타고 중고개를 거쳐 상학현마을까지 산자락의 오솔길을 타고 걸어 갈 수 있다. 상학현에서 서쪽의 골짜기를 타고 이어지는 찻길을 이용해 제천학생야영장과 학현아름마을을 거쳐 능강교까지 이동한다.

학현마을에서 학현교 중간의 성황당이 있는 계곡에 있는 음석(陰石)은 이 구간의 볼거리로 꼽는 명물이다. 이 평평하게 생긴 자연석은 냇가의 남근석과 한 쌍을 이루고 있는데 매우 사실적인 형상이 눈길을 끈다. 길옆에 위치한 남근석은 1972년 폭우로 유실된 것을 2006년 새롭게 세운 것이다. 도로 옆에 안내판도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상학현에서 학현교와 도화교를 거쳐 능강교까지는 약 8km로 도보로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 게다가 인도가 조성되지 않아 도로 옆의 갓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대부분 계곡을 따라 걷게 되며, 호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은 도화교에서 능강교 사이다. 차량 통행이 잦지는 않지만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 작은동산길 2번 안내판.
여행 정보 작은동산길은 만남의 광장에서 출발해 레이크호텔(1.5km/30분)~교리마을(0.5km/10분)~모래고개(2.7km/60분)~작은동산(0.5km/20분)~중고개(1.5km/20분)~상학현(1.5km/20분)~학현교(3.3km/60분)~능강교(4.5km/60분)까지 부지런히 걸어도 6~7시간은 족히 걸린다. 오전 일찍 출발해야 저녁 시간 전에 마칠 수 있다.

길은 대체로 완만한 편이나 모래고개에서 작은동산으로 오르내리는 구간은 약간 가파르다. 길이 잘 다듬어져 있고 곳곳에 안내팻말이 서 있다. 상학현에서 능강교까지 7.8km 구간은 찻길을 걸어야 한다.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곳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도중에 교리나 학현리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다. 차량은 만남의 광장 주차장에 세우면 된다.

찾아가는 길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제천행 고속버스 1일(06:30~20:30) 40분 간격 운행. 2시간 10분 소요. 동서울터미널에서 제천행 시외버스 1일(06:30~21:00) 약 30분 간격으로 운행. 2시간 소요. 제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2분 거리인 동양증권 앞 정류장에서 청풍랜드행 버스가 1일 3회(07:20 10:20 16:20) 출발. 1시간 소요.

▲ 옥순대교 부근에 위치한 마린힐펜션&카페.
승용차를 가지고 갈 경우 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에서 빠져나와 청풍호·수산 방면으로 진행해 11km를 간다. 금성면과 KBS제천촬영장, 청풍힐호텔을 경유 청풍랜드 입구 만남의 광장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숙식(지역번호 043) 옥순대교 부근 마린힐펜션&카페는 호수 한가운데 섬에 있는 듯한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커플룸·가족룸 4개(13만~15만 원), 단체룸 2개(20만~23만 원)를 갖추었다. 취사 가능하며 투숙객에게 카약도 빌려준다. 문의 010-8845-1355.

▲ 제천 작은동산길 개념도
레이크&힐호텔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운영한다. 호숫가에 레이크호텔, 언덕에 힐 호텔이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경우 30% 할인. 레이크호텔 할인가 2인1실 주중 9만1,200원, 주말 10만6,400원, 힐호텔 주중 8만4,000원, 주말 9만8,000원. 문의 640-7000.

금성면 소재지에 곤드레밥을 하는 산마루식당(645-9119) 등 음식점이 있다. 수산면 하천리 주민들이 운영하는 산야초마을(651-3336, 1357)에서 향토음식과 삼겹살 등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