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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老鋪) 14. 스쿨서점 - 경북 최고령 서점…63년째 시민의 ‘마음 휴식처’

오지하이에나 2018. 1. 11. 09:23

경북 최고령 서점…63년째 시민의 ‘마음 휴식처’

        
        

경북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스쿨서점 3대 송태근 사장이 스쿨서점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br>
경북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스쿨서점 3대 송태근 사장이 스쿨서점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스쿨서점 내부.
스쿨서점 내부.


송태근 사장이 진열된 책들을 정리하고 있다.<br>
송태근 사장이 진열된 책들을 정리하고 있다. 


스쿨서점 전경.
스쿨서점 전경.


서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우리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서점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다. 
하지만,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 영주에 있다. 

영주시 영주1동 스쿨서점이 그곳이다. 
역사가 오래된 서점이라고 해서 낡은 양철지붕의 소박한 모습의 서점이 아니다.
63년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깔끔한 신사의 모습처럼 현대식 서점으로 탈바꿈했다.

스쿨서점은 영주시 중심가인 영주1동 번영로에 있다. 
63년 전 6ㆍ25전쟁이 막 끝난 1954년에 문을 연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다.

사장인 송태근(50) 사장도 신세대 주인이다. 
하지만, 자신의 나이보다 더 많은 서점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스쿨서점은 창업주인 고(故) 김희용씨가 2대 사장인 아들 김시태씨에게 대물림한 뿌리깊은 서점이다. 

지금은 김씨 가족은 아니지만, 3대 사장으로 송태근씨가 이어받아 스쿨서점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2대 사장인 김시태씨가 나이가 많아져 서점경영이 힘들어지자 송태근씨에게 서점운영권을 넘겼다. 
송씨는 2010년 1월부터 지금까지 운영해오며 스쿨서점 3대 사장이 됐다.

이곳은 ‘스쿨서점’이라는 이름답게 영주지역 중고생들의 학창 시절 추억과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영주 사람들이라면 이곳을 한 번 이상 거쳐 갈 정도로 시민들과 학생들의 놀이터였고, 공부방이자 휴식처였다. 

학생들은 등교할 때와 방과 후엔 꼭 한 번씩 들리는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었다.
학생들은 책을 사야 하는 일이 없어도 그냥 지나치면 섭섭할 정도로 서점에 들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해거름이 돼서야 귀가한다. 

송씨는 학생들의 서점나들이를 즐긴다. 
“학생들이 비디오방이나 만화방에 들리지 않고,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모릅니다. 
단골 학생들의 이름을 다 외울 정도로 친숙해져 이 아이들이 얼마나 기특한지 모릅니다.
” 학생들은 송씨의 이런 열린 마음을 좋아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고민까지 상담할 수 있는 ‘멘토’로 삼고 있다.

서점 벽면을 장식한 책장에는 옛 서적과 현대서적, 학습지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송 사장이 인수하고 나서 서점은 산뜻해졌다. 
2층 매장과 책을 읽고 앉아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도 만들어졌다.

1954년 5월 개점 당시 스쿨서점은 단층 건물이었다. 
2대 사장인 김시태씨가 현재의 위치에 옮겨 3층 건물을 지으면서 서점도 이전했다.

3대 송태근 사장은 “2대 사장 김시태씨는 스쿨서점이 경북의 최고령 서점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 찼었다”고 말한다. 
“특히, 김씨는 대학을 마치고 당시 호황이던 가발사업을 하면서 잘 나가던 사업가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막무가내로 서점을 이어받으라고 해 고심한 끝에 가업을 잇기로 하고, 이왕에 서점을 맡아서 하려면 잘해보자는 결심으로 30여 년을 서점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한다. 
서점을 운영하면서도 사업가의 수완을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송 사장에 따르면 스쿨서점은 늘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고 한다.

즉, 전국 최초로 매장에 냉방기기를 들여놨다. 
냉방기기가 있는 곳이 거의 없을 때라 여름이면 학생들과 주민들이 늘 북적거렸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진공청소기를 들여놓은 것도, PC가 드물던 시절 서적 관리 전산화를 위해 PC를 들여놓은 것도 전국 서점 중 최초였다는 것. 
살기가 어려웠던 1970∼80년대는 신학기가 되면 학생들이 책을 훔쳐가는 일도 많았다.
책을 훔쳐가는 학생을 적발하고도, 꾸지람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빠 교복에 붙어 있던 명찰만 떼고 돌려보냈는데, 신학기가 끝날 때 쯤이면 명찰이 한 가득이었다는 것. 경제적으로 사는 게 힘들다 보니 책을 훔쳐서라도 공부를 하려던 시대의 풍속도다.
그래도 장사다 보니 그냥 책을 줄 수는 없고 꾸지람하고 돌려보냈다는 2대 김시태 사장의 추억을 3대인 송 사장이 들려준다. 

스쿨서점이 키운 인물들은 많다. 
대표적 인물이 홍사덕 전 국회의원이다. 
홍 의원은 스쿨서점의 단골 학생 이었고, 이곳에서 책을 사보고 공부를 했다.

그래서 스쿨서점은 영주지역에서는 물론, 경북의 자랑이기도 한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수십 년 만에 고향을 찾았다가 스쿨서점 간판을 보고는 서점 안으로 들어와 자신들의 학창시절 추억과 함께 송 사장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3대 송 사장은 “요즘 모든 서점이 다 그렇겠지만, 서점경영이 점점 더 어려워져가도 스쿨서점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의 이런 격려를 들을 때마다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송 사장은 “한때 영주에는 10여 곳의 서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며 “앞으로 그마저도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서점의 앞날에 대해 예측한다.
그만큼 서점경영이 어렵다는 것. 실제로 스마트폰이나 전자매체의 발달로 서점뿐만 아니라, 출판ㆍ인쇄업 전체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이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
올 초 전국을 강타한 송인서적의 부도로 송 사장도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까지도 그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한때는 신동아, 월간조선 등 잡지판매가 월 300권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한 달에 10권도 채 팔리지 않는다는 것. 교육정책에 따라서 매출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지방에서 서점 매출의 70%는 학생들의 참고서가 차지하는데, EBS에서 발행하는 참고서나 중학교의 자유 학기제 등으로 매출이 전성기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요즘은 사전을 찾는 사람은 전혀 없는 실정이란다. 

송 사장은 “학생 수가 줄고 스마트폰이나 전자매체의 발달로 서점의 매출은 많이 떨어졌지만, 경북 최장수 서점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운영해 서점의 명성과 역사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김주은 기자 juwuer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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